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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뒤늦은 후회

번  호 : 6736
게시자 : 서명진   (백수전설)
등록일 : 1999-06-11 18:54
제  목 : 뒤늦은 후회                            


학보사를 다니면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수동카메라가 얼마나 비싼지에 대해서.

그 시절, 각종 모임이나 집회를 갈 때마다 외쳐대는 우리만의 구호는
"사수하자! 카메라" 였다.

나는 그 카메라를 손에 댄 적이 거의 없다.
카메라가 비싼 이유로 될 수 있는 한 사람손을 덜 타야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나는, 직접 카메라 셔터를 눌러야 할 상황이 와도
대충 피사체 한가운데에 열십자가 놓이면 '찰칵' 찍는 수준으로 만족했다.
카메라 작동법 좀 배우라고 노래하는 선배의 말도 무시하고
카메라를 잡지 않았던 이유는,
체질적으로 기계와의 대면이 껄끄러웠던 나의 고질 때문이었다.
암튼 수동카메라를 손쉽게 접할 수 있었던 그 시절,
나는 카메라 사용법을 배우지 않았다.

편입을 한 후, <광고사진실기>라는 과목을 배우면서 처음 깨달았다.
'사람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야 후회가 없구나'

좀더 풀자면, 학보사 시절 수동카메라 작동법을 배우기만 했어도
광고사진실기라는 과목이 얼마나 재미있고 알찼을까 하는 뒤늦은 깨달음 때문이다.


내게 그 깨달음의 의미가 두번째로 다가온 것은 유치원을 그만둔 후였다.

어릴적 우리집엔 피아노가 없었다.
여자아이가 음악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곧 딴따라의 짓이라고 치부하셨던
할머니에 의해 나는 피아노와 상관없는 아이가 되었다.

초등학교 시절, 피아노 학원을 다니던 친구들로부터
나는 방과후 학교에 남아 풍금을 조금 배우게 되었고
그 실력으로 유치원 생활을 별 무리없이 꾸릴 수 있었다.

대학시절, 피아노가 너무 치고 싶어 한달간 학원을 다녔던 적이 있는데
집에 피아노가 없다보니 진도 나가기가 너무 어려웠고
또 얼마없는 용돈으로 학원비를 내다보니 무리가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피아노랑 나랑은 인연이 없나보다란 결론을 내리면서
나는 피아노에 관한 꿈을 접어버렸다.

"왜 진작에 생각하지 못했을까."
유치원 기숙사에서 생활했던 일년동안 퇴근후에,
피아노 학원을 다니고 유치원으로 돌아와서 유치원 피아노로 연습을 했더라면
지금쯤 베에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 쯤은 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말이다.

암튼 이 두가지 사건으로 나는
'사람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야 후회가 없다'는 깨달음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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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생활 4개월 째,
행운의 여신같은 건 없었다.
더 지독하게 말하자면, 삶은 매서운 손톱을 바짝 세우고 나를 할퀴고 있으며
독사처럼 붉은 혀를 낼름거리며 나를 쓰러뜨리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찾고 있다.
힘겨운 지금의 현실을 지나온 뒤, 내가 배웠어야 할 무언가를  놓치지 않기위해
두눈을 크게 뜨고 있다.

세번째까지 후회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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